〈견우와 선녀〉, 죽음을 바꾸는 첫사랑 – 신력보다 강한 마음의 이야기
죽음을 앞둔 소년과, 그를 살리기 위해 신력을 쓰는 무당 소녀.
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는 판타지적인 설정 위에 ‘사람의 마음’이라는 깊은 주제를 올려놓은 작품입니다.
보호받기만 하던 캐릭터가 누군가를 지키고, 버려졌던 인물이 사랑을 통해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여정을 그리며, 매회 몰입도 높은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리뷰를 넘어서, 주요 캐릭터들의 심리 구조, 드라마 속 상징들, 그리고 앞으로의 전개 방향까지 깊이 있게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1. 운명처럼 거꾸로 들어온 소년, 배견우
먼저, 드라마의 중심 축 중 하나인 배견우 캐릭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외면적으로는 차갑고 무심한 고등학생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실과 고독이 깔려 있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감정적 연결을 차단한 채 살아가던 그는, 박성아를 만나면서 조금씩 ‘살고 싶다’는 감정을 자각하게 됩니다.
드라마 초반 그가 ‘거꾸로 들어온다’는 설정은 단순한 연출이 아닌, 전통 무속 신앙에서 죽음과 관련된 상징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모습은 ‘운명 전복’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특히 6화에서 무릎 꿇고 “천지선녀님,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절박함을 넘어선 변화의 신호입니다.
배견우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생을 선택하려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 자신을 내어주는 무당, 박성아
이제 배견우의 또 다른 축이자, 드라마의 감정선 대부분을 이끄는 박성아 캐릭터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박성아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타고났으며, 천지선녀로서 무속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권력’이나 ‘위험한 힘’이 아닌, ‘보호’와 ‘사랑’의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에게 외면받으며 성장한 그녀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살피고 감정을 다독일 줄 아는 강한 내면을 지닌 인물입니다.
배견우를 향한 그녀의 진심은 더욱 인상적입니다.
스킨십을 통한 ‘인간 부적’, 신력을 쏟아내며 몸을 사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이 캐릭터의 중심축입니다.
무당으로서의 그녀는 단지 의식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삶을 건 존재입니다.
3. 무속과 일상이 교차하는 서사 구조
드라마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일상’과 ‘무속’이 교차하며 시청자에게 이중적인 감정을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낮에는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자전거를 타며 웃고 떠드는 장면이, 밤이 되면 귀신과 마주하는 위기 상황으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분위기의 대비가 아닌, 캐릭터들이 살아가는 두 세계의 균형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사랑이란 무엇으로도 지켜질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며 풀어냅니다.
4. 드라마 속 상징들에 담긴 의미
〈견우와 선녀〉는 겉으로 보기엔 귀신과 무속을 다룬 판타지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징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상징은 바로 ‘거꾸로 들어오는 배견우’입니다. 이는 단순한 연출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 전통 무속에서 죽은 자가 들어오는 형태를 그대로 시각화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는 곧 '죽음을 향한 운명'이라는 의미를 넘어, 기존 질서가 뒤집히고 새 운명이 시작된다는 전환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견우는 죽음을 향해 거꾸로 들어왔지만, 성아를 만나며 삶으로 방향을 바꾸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박성아의 ‘부적’ 역시 중요한 상징입니다. 단지 종이에 써 붙이는 부적이 아니라, 그녀의 손길, 눈빛, 말 한마디 모두가 살아 있는 부적입니다. 특히 배견우를 지키기 위한 손 잡기, 껴안기 같은 행위들은 단순한 스킨십을 넘어 영적 보호 행위로 기능하며, ‘인간 부적’이라는 독특한 서사 장치를 형성합니다. 이처럼 드라마는 무속의 차가운 형식을 따뜻한 감정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상징은 ‘복숭아나무’와 ‘자전거’입니다. 복숭아는 전통적으로 귀신을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자전거는 자유롭고 경쾌한 감정의 흐름을 상징합니다. 두 사람이 함께 복숭아나무 아래를 달리는 장면은 단순한 데이트가 아니라, 위협적인 세계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이처럼 〈견우와 선녀〉는 눈에 보이는 모든 장면과 사물 속에 의미를 입혀,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서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각 장면은 캐릭터의 심리와 감정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시청자에게 더욱 깊은 몰입과 여운을 남깁니다.
마무리: 신의 힘보다 강한 마음의 이야기
〈견우와 선녀〉는 죽음이라는 극한의 설정과 무속이라는 낯선 장치를 빌려, 결국은 ‘사람의 마음’이 가진 힘을 이야기합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상실, 신보다 더 깊은 감정.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진심.
이 드라마가 그리는 세계는 낯설고 신비롭지만, 그 중심에는 따뜻하고 명확한 감정이 자리합니다.
앞으로 견우와 성아가 어떤 운명을 맞이하든, 우리가 응원하게 되는 것은 단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그 마음이 서로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