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리즈 ‘트리거’는 김혜수와 정성일의 강렬한 연기를 바탕으로 언론 권력과 진실 조작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드라마는 가짜뉴스가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 글에서는 ‘트리거’가 어떻게 언론의 힘과 책임, 그리고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드러냈는지를 중심으로 분석해본다.
언론 권력의 어두운 이면
‘트리거’는 가상의 언론사를 배경으로, 보도자료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드라마 초반, 김혜수가 연기한 주인공은 진실 보도에 대한 신념을 갖고 있지만, 권력의 눈치를 보는 내부 구조 속에서 점점 타협하게 된다. 이 과정은 시청자로 하여금 언론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게 만든다.
드라마는 또한 광고주, 정치인, 대기업과의 유착을 통해 뉴스의 순수성이 어떻게 손상되는지를 비판한다. 기사 하나를 내보내기 위해 회의실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모습은 실제 현실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이는 언론이 진실을 알리는 창이 아니라, 권력과 자본의 대리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는 권력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사실을 편집하거나, 아예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장면을 통해 가짜뉴스의 생산 구조를 파헤친다. 이는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실제 현실을 반영한 사회 비판 드라마로서의 무게를 더한다. ‘트리거’는 시청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진실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정확하게 접하고 있는가?
가짜뉴스가 불러오는 파장
‘트리거’의 핵심 중 하나는 가짜뉴스가 개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주인공은 사실이 왜곡된 기사로 인해 누명을 쓰고, 대중의 비난을 받으며, 결국 직업과 사회적 명예까지 잃게 된다. 드라마는 이러한 피해가 단순한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또한 드라마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짜뉴스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지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처음엔 작은 오보로 시작된 이야기가, 수많은 공유와 재해석을 거치며 왜곡되고 확대되어 결국 사회적 낙인을 찍는 과정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정보 환경의 민낯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가짜뉴스에 반박할 수 있는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사람들의 기억과 판단은 가짜뉴스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여부’보다 ‘먼저 본 정보’가 여론을 주도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트리거’는 그 어떤 미디어 리터러시 강의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언론의 책임, 그리고 시청자의 역할
‘트리거’는 단순히 언론을 비판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소비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 역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뉴스를 믿고 있습니까?”
이 드라마는 미디어 소비자에게 스스로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힘, 즉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특히 정성일이 연기한 캐릭터는 기자의 양심과 대중의 알 권리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내부고발자가 되는 결단을 내린다. 이는 언론 종사자의 윤리와 동시에, 시청자의 비판적 수용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드라마는 뉴스의 제목과 이미지, 편집 방향이 사람들의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이는 언론사뿐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든 미디어 업계 종사자에게 던지는 일종의 경고장이기도 하다. ‘트리거’는 콘텐츠 소비 시대의 책임감을 묻는 작품이다.
드라마 ‘트리거’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언론의 본질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사회고발극이다. 우리는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힘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이 드라마가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실은 스스로 찾아야 하며, 언론은 그 진실에 복무해야 한다.